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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경주마

총알 슛 같았던 스에아시, 사커 보이(サッカーボーイ)

by pastsell 202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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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85년 4월 28일
성별 수컷
조교사 릿토(栗東)ㆍ오노 유키하루(小野幸治)
생산지 홋카이도 시라오이(白老)ㆍ샤다이 팜(社台ファーム)
경주성적 11전 6승
수상경력 87년 JRA상 최우수 3세 수말
88년 JRA상 최우수 스프린터

 

총알 슛의 스에아시

마일 CS에서 매료시킨 V골

텐 포인트의 재래, 딕터스의 최고 걸작

 

사커 보이의 아버지 딕터스. 출처는 20세기의 명마.

 

● 딕터스 X 노슨 테이스트의 살갗

때는 1985년, 홋카이도의 시라오이에서 한 숫말이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사커 보이. 그가 태어난 목장은 여러 명마들을 배출하였던 샤다이 팜이었다. 원래 샤다이 팜은 노슨 테이스트(ノーザンテースト) 주역 씨수마로 하였던 목장이었지만, 그와는 반대로 사커 보이는 딕터스(ディクタス)가 있었던 시라오이에서 태어난 것. 즉, 아버지가 프랑스에서 활약했던 딕터스에, 어머니의 아버지가 씨수마 최고봉인 노슨 테이스트였던 이 말은, 샤다이 팜의 겉 무대와 속 무대의 핏줄을 동시에 타고난 말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당시 샤다이 목장의 주인이었던 요시다 젠야(吉田善哉)도 "딕터스 X 노슨 테이스트의 살갗" 이라고 할 정도로 빈번히 자랑할 정도였다고 한다.

동기들 중에서는 가장 작은 그였지만, 그는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의 성장은 샤다이 팜 공항 목장(社台ファーム空港場長)에서 행해졌는데, 그의 육성을 맡았던 오오자와 슌이치(大沢俊一)는 그의 특이함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숲 속을 걸을 때는, 늘 같은 장소에 멈추어 서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는 했는데, 오오자와는 반대로 그런 이상함에 끌려서 더욱 친해졌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또한 당시 공항목장에는 1500m 직선 코스가 있었는데, 그 종점 가까이 샛길에 룰 위반을 하는 택시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서, 대부분은 말들은 그것을 보고 놀라 당황하며 부산을 떨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커 보이 같은 경우는 냉철하게 다리를 멈추고 살펴보았다고 해서, 이 또한 범상치 않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저 녀석 정도로, 마구간에서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시간이 긴 말도 없었지요.

점점 이상한 모습을 보여서인지,

저 녀석과 함께하는 것이 즐거웠지요.

게다가, 다른 말들에 비해 호불호가 엄격해서,

예술가 타입이었으려나요.

오오자와 슌이치의 사커 보이 평가.

출처는 경마 작가 요시카와 마코토(吉川良)의 인용문.

 

사커 보이의 열전. 출처는 위닝 포스트 2019.

 

● 총알 슛 같았던 그의 데뷔전

그런 성장기를 넘어 그는, 경마장의 첫 잔디를 밟았을 때도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선 신바센(新馬戦)에서는 9마신 차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당당하게 우승. 그 다음 3세 하코다테S(函館3歳ステークス) 에서는 4착으로 패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 레이스인 모미지쇼(もみじ賞)에서는 10마신, 그 다음 레이스 3세 한신S(阪神3歳ステークス)에서는 8마신 차으로 승리를 이끌어내면서 차원이 다른 스피드를 보여 주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총알 슛", "텐 포인트(テンポイント)의 재래" 등 여러 찬사를 해주면서 본격적으로 클래식 노선에 향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4살을 맞이하면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4살이 되어 맞이한 첫 경기는 G2 야요이 상(報知杯弥生賞). 많은 사람들의 성원에 힘입어 인기는 1위였지만, 결과는 3착을 찍고 말았다. 게다가 원래 발굽이 좋지 않은 말이었는데, 하필이면 이 경기 이후 돌을 밟아 염증이 일어나는 등 상태가 더욱 악화되었고, 결국 진영은 그의 컨디션을 판단하여 사츠키 상을 회피하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설령 사츠키 상은 포기하더라도 일본 더비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진영은 항생제 등을 대량으로 사용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더욱 악화되는 차질을 빚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그 다음 경기였던 NHK배에서는 4착. 일본 더비에서는 15착을 찍으면서 언제나 인기 1위였던 팬들의 기대를 짓누르고 만다. 단순히 조숙한 말이다, 마일까지만 통용되는 말이다 등등 여러 불만도 있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진영은 여름 경기를 계속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그는 다시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우마무스메 신데렐라 그레이' 중, 사커 보이의 활약. 이름은 다르지만, 아버지가 딕터스이기에 추측이 가능하다.

 

● 새 역사를 쓰다, 하코다테 기념

봄 클래식 이후 처음 접한 레이스는 바로 4세 츄니치 스포츠상S(中日スポーツ賞4歳S). 그곳에는 사츠키 상의 우승마였던 야에노 무테키(ヤエノムテキ)가 있었지만, 나란히 들어오면서 1착으로 골인. 그리고 그 다음으로 이어진 레이스가, 바로 그에게 있어 엄청난 경력이라고 할 수 있는 하코다테 기념이었다.

 

 

상대는 강호들이었다.

작년 더비에서 우승을 하였던 메리 나이스(メリーナイス).

암말 클래식 2관왕의 맥스 뷰티(マックスビューティ).

하지만 그는 그런 강호들에게 개의치 않고, 3코너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하나 하나 제치면서, 마침내 4코너부터는 스에아시를 폭발.

"메리 나이스가 쫓아온다! 메리 나이스가 쫓아온다!"

그러나 메리 나이스와 그의 차는 5마신 차이. 점점 차이가 벌어진다. 그리고 골인.

"사커 보이 단연 강하다!"

거리는 마일을 뛰어 넘었던 2000M.

골인 직후 그의 기록은 1분 57.8초.

이것은 일본 경마사 최초로 1분 57초대를 찍은 것이었다.

또한,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는 대기록의 탄생인 것이었다.

 

 

이 하코다테 기념에 대해선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 우선 실제로 이 경기를 뛰었던 관동의 모 기수는 이 경기를 "살을 내어주고 뼈를 깎는 레이스였다" 라고 표현하였다. 살을 내어준다라는 의미는 3코너에서 최종 직선으로 향할 때까지의 장면. 그 구간은 말에게 있어서 가장 힘든 구간이었는데, 그런 구간을 사카 보이는 전혀 페이스를 떨어트리지 않고 달렸다는 것. 상당히 강한 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이어서 훌륭하다고 말하였으며, 거기에 사커 보이는 정말로 강한 말이라고 칭찬한 것이었다. 그리고 관동의 기수 이외에도 샤다이 목장의 요시다 젠야도 다음과 같이 표현한 바가 있다.

 

"사커 보이는 더비가 싫은 모양이다"

일본 더비 레이스 직후, 요시다 젠야는 이렇게 한탄하였다.

하지만 이후 츄니치 스포츠상S에서

사츠키 상 말인 야에노 무테키를 이기고,

8월에는 하코타테 기념에서도 이겼다.

"G1말인 메리 나이스라던가,

G2말인 마이넬 그라우벤을

사커 보이는 확실하게 깨부셨다.

역시 사커 보이는 더비가 싫었던 거라 증명되었다" 라며

요시다 젠야 씨는 칭찬하였다.

요시다 젠야의 사커 보이 평가.

출처는 경마 작가 요시카와 마코토(吉川良)의 인용문.

 

 

● 짧았지만 잠재력이 넘쳤던 그 말

그렇게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이후, 기세를 타 킷카쇼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그의 다리에 염좌가 생겨 다시 사츠키 상 때처럼 단념해야만 했었다. 그 대신 선택한 노선이 바로 마일 챔피언쉽. 여기서도 그는 하코다테 때와 같이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처음에는 뒤에서 4번째였던 사커 보이.

하지만 3코너 언덕을 내려오면서부터 밖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내려오면서 순식간에 직선 구간부터 선두를 5마신 차까지 접근.

"미스터 보이가 선두다! 사커 보이가 쫓아온다!"

총알 슛이라는 별명이 어울릴 정도로 무섭게 질주하는 사카 보이.

마침내 미스터 보이를 따라잡으면서 전세를 역전시킨다.

3마신, 4마신이 벌어지며 마침내 골인.

그리고 이어지는 스기모토 키요시 아나운서의 한 마디.

"1분 35.3초! 1분 35.3초! 무서운 말입니다!"

'무서운 말' 이라는 문구, 그것은 토쇼 보이(トウショウボーイ) 이외엔

한번도 말한 적이 없는 스기모토의 엄청난 감탄이었다.

 

 

이 경기로 인해 뛰어난 G1 홀더가 된 그는, 마침내 2500m라는 인생 최고의 거리. 아리마 기념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거리도 거리였지만, 당시 그의 상대는 일본의 경마사를 말하자면 절대로 모를 수가 없는 전설의 오구리 캡과 타마모 크로스. 이 둘에게 주목이 되어 그는 3위라는 인기를 얻었기에, 여느 때와는 달리 불안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아니나다를까, 결국 스타트 게이트에서 얼굴을 부딪혀 유혈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그 영향으로 인해 스타트가 늦어지고 최종 직선 코스까지 최후방 위치에 있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3착 입선. 원래는 4착이었으나 3착으로 들어온 슈퍼 클리크가 메지로 듀렌의 진로를 방해했기에, 3착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아쉽기는 했지만 진영은 다음 해를 기약하였으나, 봄에는 골절, 가을에는 각부불안이 발증하여 그대로 은퇴를 하게 되었다.

 

 

은퇴한 이후, 그는 씨수마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 한 가지 헤프닝이 있었으니, 바로 샤다이 팜의 결정이었던 것. 총수였던 요시다 젠야는 "내국산 씨수마는 번양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지만, 그의 차남인 요시다 카츠미(吉田勝己)는 "씨수마로서 절대로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하였기에, 서로간에 큰 충돌이 있었던 것. 결국 그는 샤다이 스타리온에 들어가 씨수마로서 살아가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나리타 톱 로드나 히시 미라클이라는 G1말 등 그 밖에도 개성적인 말을 배출하여 성공. 장거리에 유능한 자식들이 눈에 띄였고, 다른 능력을 발휘하였다. 불완전연소로 끝나 버린 현역 생활의 분을 회복한 아버지로서의 활약은 새롭게 그 소질을 뒷받침하게 된 것이었다.

 

JRA CM의 모델로 나온 사커 보이.

 

메지로 라모누로 신세를 지었던

오쿠비라 선생님에게

"우리 말인 토쇼 마리오를 타지 않겠나"

라는 전화를 받았지만,

승리할 수 있는 말을 탔기에 거절할 정도였었다.

그 정도로 상태가 괜찮다면

2착으로 돌파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사커 보이의 기수 카와치 히로시(河内洋).
출처는 그의 저서 一生競馬.

 

그렇게 2011년 10월 7일. 그는 향년 26세로 삶을 마치게 된다.

이것은 잠재력은 넘쳤으나, 그 잠재력을 다 펼치지 못한 어느 명마의 이야기.

 

 

* 스에아시(末脚) - 쉽게 말하자면 스퍼트. 경주마가 골인 직전 가까이에서 속도를 더 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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